[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우리 정부가 외국과 투자보장협정을 맺으면서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대비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손해를 입었다며 한국 정부에 소송 움직임을 보이는 사례와 같이 외국계 투기자본의 무분별한 문제제기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와 투자보장협정(FTA포함)을 맺은 국가는 24곳에 달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페이퍼컴퍼니를 규제하는 조항이 있는 협정은 헝가리, 칠레를 포함해 미국 등 단 3개에 불과하다.
한미FTA의 투자관련 챕터에서는 "실질적인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 (중략) 혜택을 부인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협정당사국간 기업의 정당한 투자활동을 보장해주는 투자보장협정에서 페이퍼컴퍼니를 제외한다는 뜻이다.
최근 론스타가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통해 한국 정부를 제소하려는 것도 외환은행 매각을 진행한 자회사가 벨기에 법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박 의원은 "외교부는 기존에 체결한 투자보장협정 중 페이퍼컴퍼니 관련조항이 없는 협정에 대해 상대국에 개정의사를 요청한 사실도 없다"며 "부실한 투자협정으로 제2, 제3의 론스타 ISD 제소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부 당국자는 "초창기 투자보장협정에서는 페이퍼컴퍼니와 같이 협정의 빈틈을 악용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며 "최근 국제금융환경이 바뀌면서 페이퍼컴퍼니를 제외하는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퍼져 있다"고 설명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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